기억을 더듬으며 여행기를 써본다
이미 많은 기억을 잊어버렸지만 더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을 남기려한다
사진이 있으면 조금 더 잘 기억할 수 있었을텐데 호스텔에서 디카를 도난당하는 바람에 사진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흑흑
최선을 다해서 기억해내보자!!!
바야흐로 5년 전, 2015년 12월
페루에서 7개월간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아르헨티나 여행을 하고 들어갈까 싶어
비행기편을 알아봤다 근데 가격이 100만원이 넘는거다
아니 내가 한국에서 페루까지 비행기를 120만원 조금 넘게 주고왔는데 무슨 같은 남미안에서 비행기가 100만원이 넘는거여 말도 안돼....
고민을 하다가 뉴욕 경유 비행기를 스탑오버 티켓으로 변경해서 뉴욕을 구경 하기로 마음먹었다!
쿠스코에 있을 때 이런 저런 문제로 항공사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리마에 유나이티드 지점에 직접 찾아가서 변경했다
뉴욕에 10일정도 머물 수 있는 티켓으로 변경했고, 변경 수수료는 30만원정도 들었던 것 같다
사실 티켓 변경이 안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계획도 안짜고 숙소도 안 잡아 놓고 맘 편하게 놀고 있었는데,
변경이 되길래 살짝 당황함^^;;; 급하게 숙소잡고 루트짠다고 난리였다 (다음 날 아침 비행기타고 바로 뉴욕가야하는 상황)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는 호스텔을 예약할 때 부터 체감할 수 있었다
호스텔 저렴한 순서대로 정렬을 했는데 6인 혼성 도미토리가 무슨 8만원부터 시작이여? 미쳤네
뉴욕은 숨만쉬어도 10만원 날라감~ㅎㅎ
대충 일정을 짜고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두근두근 내가 뉴욕에 간다고? 나의 첫 미국여행이 뉴욕이 될 줄이야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심사대에서 붙잡히는건 아닌가 잔뜩 긴장을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보내준다?
여기 며칠동안 있을거야? 왜 왔어? 두 질문만하고 바로 도장을 뙇 찍어준다
오맛 좋군여
어렸을 때 부터 '뉴욕' 은 나에게 차가운 이미지였다.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가 뉴욕을 생각하면 회색의 빌딩 숲에서 바삐 걸어다니는 콧대 높고 무뚝뚝한 백인(뉴요커)가 떠올랐다.
하지만 실제로 뉴욕에 도착했을 때 그 이미지는 산산조각나버렸다.....!
내 상상 속의 뉴요커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아시안계, 라틴계, 아랍계, 아프리카계, 유럽계 등 정말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세상 무뚝뚝할줄 알았던 사람들은, 내가 길을 잃어 지도를 펼치자마자 "도와줄까?" 라고 하며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다가와서 도움을 주곤했다.
미디어에서 접하는거와 실제로 보는거랑 다르구나...
역시 실제로 경험을 해봐야 모든 것을 잘 알 수 있는 것 같다
뉴욕여행을 하며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기억나는 에피소드 / 경험 / 있었던 일 / 느낀점 등을 쭉 적어보자면,
1. 뉴욕 지하철은 더럽고 무서웠다.. 쓰레기도 이곳 저곳에 버려져있었고 안전문? 이라고 해야되나 그게 없어서 누가 밀면 바로 철로로 떨어지니까 괜히 뒤 쪽에 붙어있다가 열차오면 가서 타고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카드를 찍고 들어가서 안에서 방면이 나눠지기 때문에 아무 입구로 들어가도 상관이 없는데 뉴욕은 UP, DOWN 으로 입구가 나누어져 있어서 내가 갈 방향이 현재 위치에서 위로 가는지 아래로 가는지 계산해서 그에 맞는 입구로 들어가야함..
또 열차 내에 이번 역은 무슨역이다 표시해주는 전광판도 없어서 방송을 겁나 집중해서 들어야하는데 방송도 말을 빨리 하고 작게말해서 힘들었다 그래도 24시간 운행되는건 마음에 들었음
2. Avenue / Street 가 잘 되어있어서 길 찾기가 수월하다
Aveune는 남북으로 뻗은 도로 Street는 동서로 뻗은 도로로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이 몇 번째 avenue 몇 번째 street인지만 알면 어디든지 찾아갈 수 있다
3. 빌딩들의 크기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컸다 빌딩 숲 사이에 있으면 압도되는 분위기
4.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 다양성을 인정해준다.
누가 어떤 옷을 입든 어떤 외모, 체형을 가졌든 남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 이상 크게 신경쓰지 않고 개성을 존중해주는 느낌이였다..
5. 아까도 살짝 말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다.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다가와서 도움을 주기때문에 한번도 내가 도움을 요청해본 적이 없다. 지하철에서 표를 끊을 때도 버벅거리고 있으니 다가 와서 표 끊는 것도 도와 주고 짐도 들어주고, 길을 잃어서 지도를 펼쳤는데 펼치자마자 다가와서 도와줄까? 라고 물어보고 진짜 갬동이다...
6. 내가 있었던 시기가 유럽 곳곳에서 IS가 테러를 일으키고 다음 목표는 뉴욕이라고 외쳐대던 시기였다!!! 그래서 타임스퀘어에 총 든 군인+경찰들 돌아다니고 넘나 무서웠다 ㅠㅠ 블랙프라이데이였나? 하이튼 뉴욕에 어떤 행사가 있어서 길가에서 행진을 하는게 있었는데 보고싶었지만 혹시나 테러가 터질까봐 무서워서 못 갔었다 흑흑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지만
7. 숙소를 중간에 옮겼는데 주변에 파리바게트가 있었다. 호기심에 가봤는데 외국인이 우리나라 파리바게트처럼 범죄자 줄무늬티 입고 빵모자를 쓰고 일을 하고 있었다 너무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빵과 똑같은 빵도 있었고, 못보던 빵도 있었다.
8. 뉴욕의 3대 치즈케익이라고 하는 곳 중에 두 곳을 방문했었다. '주니어스' 와 '베니에로' 치즈케익.. 주니어스 치즈케이크는 먹고 눈 돌아가서 두번 더 사먹었다 쫜맛탱이야ㅠ.ㅠ 그리고 베니에로 치즈케익도 맛있긴 맛있었음! 여기서 치즈케익 사서 지하철 타고가고 있는데 어떤 아줌니가 봉지보고 거기 치즈케익 굿이야라고 하셨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가보다
9. 어떤 맛집 검색해서 갔는데 하필 사정이 생겨서 그날 영업을 안한다는거.. 걷는거도 지치고 맛집 찾기도 귀찮아서 바로 맞은편에 '뉴욕에서 제일 맛있는 치즈케익을 파는 집' 이라고 적혀있는 곳에 들어갔다 가서 햄버거 세트랑 치즈케익을 시켰는데 가격이 50,000원^^;; 햄버거도 그렇고 치즈케익도 그렇고 맛 드릅게 없는데 돈아까워서 꾸역꾸역 먹었다가 화장실 가고싶어서 갔다왔는데 내 음식 다 치워버린거... 내 음식 어디갔냐니까 다 먹은지 알아서 치웠다면서 미안하다 소리도 한마디 안함 따져봤자 내 기분만 망칠 거 같아서 영수증 달라고 했는데 당당하게 팁을 20% 달라고 동그라미 쳐서 주네? 어이가 없어서... 내가 팁 주기 싫다고 나 음식 덜 먹었는데 음식 치워서 기분 나쁘다고 팁 안주면 안되냐고 하니까 그건 안된다고 하면서 최소 10퍼센트라도 의무적으로 내야된다고 함 그래서 팁 포함해서 55,000원 내고 나옴
10. 르뱅베이커리에 파는 쿠키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길래 찾아가봤다 갔는데 줄이 겁나 길었다 여기까지 온거 줄 서서 먹어보자 싶어서 줄서서 사먹었는데 넘나리 맛있잖아... 한국 쿠키랑 다른늬낌? 밀도가 엄청나고 거업나 달다... 금방 구웠는지 안에 초코칩이 살짝 녹아있었는데 그래서 더 달았을 수도!!!!!! 단거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웬만한 디저트도 달다고 느끼지 못하는데 이건 하나 먹으니까 머리가 띵하더라 허허
11. 뉴요커들은 아침으로 베이글을 많이 먹는다. 뉴요커를 따라 베이글을 먹어봤는데 띠용.... 왜이래 맛있는데? 겁나 맛있네 베이글에 빠져서 한동안 한국에서도 베이글을 찾아다녔었다
12. 페루에서 휴대폰을 소매치기 당하는 바람에 비상용으로 가지고 갔던 갤2 (2011년산) 을 가지고 다녔었는데, 기계가 오래 되고 날씨가 뿨킹 콜드해서 그런지 밧데리를 만땅으로 충전해도 밖에 가지고 가면 30분 만에 폰이 꺼졌었다. 그래서 사진을 거의 다 디카로 찍었는데 디카를 도난당하고 말았다^_^ 히힛
여행을 하다가 만난 아르헨티나 동행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서, 호스텔 로비에서 디카사진을 폰으로 옮기고 바보 같이 디카를 쇼파에 두고 방에 들어와벌임^^ㅎㅎ 나중에 CCTV 돌려보니까 아르헨티나 여자가 쇼파에 있는 내 디카 보더니 지 품에 넣고 사라져벌임^^ㅎㅎ 그리고 체크아웃~ 유후... 휴 내 물건 간수 못한 내 잘못이지 하지만 넘 속상훼!!!!!!!!!
13. 디카를 잃어버리고 속상해서 더 이상 구경도 하고싶지도 않아서 마트에 가서 과자나 사와서 먹으면서 쉬어야지 생각했다 주변에 있는 마트를 찾아봤는데 제일 가까운 큰 마트가 할렘가에 있는거 그래서 찾아갔는데 분위기가 음싼 했다... 완전 위험한 할렘가는 아니였던 거 같고 할렘가의 도입부? 라고 해야되나 그랬는데도 무서웠다 밤에 갔으면 큰일 났을 듯.... 조심하자
14. 타임스퀘어에서 기막힌 전광판 발견... 와 누구 아이디어지? 이렇게 홍보를 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나 어디있는지 찾는사람 천재
15. 뉴욕에서 남아있는 사진은 이거밖에 없음... 아르헨티나 의사형제님들+바에서 만난 한국언니+페루오빠와 찍은 사진
아르헨티나 의사님들은 길에서 할랄가이즈 먹다가 만났는데, 이분들이 영어로 뭐 물어봤는데 페루에 있었다 보니까 스페인어가 튀어나온거 그래서 이 사람들이 너 스페인어 할 줄 아냐? 이래서 얘기하다가 친해져서 같이다녔다
바에 가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 하자고 해서 가던 길에, 동생 의사님이 지갑을 잃어버린 거 같다는거
가방 다 펼쳐서 지갑 찾고 난리였다... 한창 찾다가 결국 가방 구석탱이에서 지갑 찾아서 신나가꼬 계속 Jesus love ! Jesus love ! Jesus love ! (종교도 없다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면서 술을 자기가 다 사겠다고 하심
한 쇼핑몰 안에 있는 바에 들어갔는데 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이랑 합석을 해야했다
그래서 합석한 사람들이랑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여자분은 한국에서 이민을 오신 분이였고, 남자 분은 페루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러다가 나중에 한 할아버지도 합석을 하게되었는데 알고보니 6.25전쟁 때 참전하신 미군이였단다.... 대박.... 그래서 한국말을 조금 하셨는데 요즘은 쓰지 않는 옛날 한국 말을 구사하셨다
6명이서 한국말 영어 스페인어로 얘기하면서 서로 통역에 통역을 하고 너무 웃기고 재미있고 신기했다ㅋㅋㅋㅋㅋㅋㅋ
일단은 여기까지!
이후에 기억나는 사건들은 다시 업뎃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