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인간
유튜브 보다가 한 댓글에 어떤 사람이 '회색인간' 이 인간이 바닥까지 갔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알 수 있는 책이라고 하길래 궁금해서 빌려보게 되었다
'회색인간' 의 저자인 김동식 작가는 글쓰는 법을 따로 배우진 않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공장에서 일 하면서 중간중간 떠오르는 생각으로 이렇게 창작 소설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걸 재능이라고 하는건가?
일단 이 책을 읽고나서 느낌은 처음에는 사실 실망스러웠다. 나는 장편소설인지 알았는데 짧은 단편집을 여러개 묶은 책이였다. 그래서 각 소설들이 빨리 끝나는 느낌을 받았다. 근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 흥미롭고 몰입력이 좋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MBTI를 맹신하지는 않지만 김동식 작가는 N 성향이 강한 사람일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해내지? 상상력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책이다. 보면서 크게 와닿는 건 없었고, 각 에피소드에서 내가 이 상황이였으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인간이 극한 상황까지 가게되면 질서, 법, 체면, 인간성 아무 것도 없구나 이걸 느끼게 됐다.
24개의 소설 중 기억에 남는 하나를 기록해보면
사망 공동체: 저승의 대표가 인류를 찾아와 이승의 사망률이 너무 낮아져서 저승에 심각한 인구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망자 두 배 정책을 시행하며 이승의 인간은 영혼의 짝 한 명과 무작위로 맺어지고, 둘 중 한 명만 사망하여도 나머지 한 명이 함께 사망하게 된다. 그 영혼의 짝이 어떻게 이어져있는지는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힘을 합쳐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사형은 중지되고 전쟁도 멈추었다. 아프리카에 굶어 죽어가던 기아들도 더 이상 굶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자살, 학교 폭력, 음주 운전 등을 막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였다. 사람들은 늙어서 죽는 것을 제외하고 일어날 수 있는 죽음을 막아냈다. 결국 사망률은 줄어들었다.
이 소설을 보면서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일' 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근데 사실 저런 상황이 닥치지 않고서야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긴 어려운 것 같다. 나도 나랑 내 주변 사람들이 더 중요하지 사회적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다. (독거노인, 동물 제외)
다른 사람의 상황에 더 공감하고 같이 마음 아파하며 '우리' 의 개념을 나와 주위 사람뿐만 아니라 더 큰 개념으로 정의하면 문제들을 더 잘 해결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