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수몬이랑 자기 전에 무슨 일을 할 때 '왜' 하는지 생각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잤다.
그래서 아침에 마라톤 가는 길에 나는 '왜' 마라톤을 뛰려고 하는가? 에 대한 생각을 잠시해봤다.
사실 큰 계기는 없었다. 그냥 살면서 한 번쯤은 뛰어보고싶었다. 완주 후 메달 사진도 찍어보고싶었고, 내가 이런 경험을 해봤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고 이 경험을 통해서 무언가를 느끼고 배우는게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라톤을 통해서 나의 한계를 실험해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는 끈기를 얻고 싶었고 요즘 사람들과 대화 주제가 다양하지않아 고민이 많은데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며 대화의 주제도 넓히고 싶었다.
살면서 10KM를 뛰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연습할 때도 5KM가 최대) 끝까지 달리지는 못하더라도 완주에 목표를 두고 마라톤에 참여했다.
마라톤을 하면서 들었던 이런 저런 생각
1. 날씨 너무 덥다. 햇빛이랑 그늘 오고가며 냉방병 증세 나타났었음. 쓰러진 사람도 봤음
2. 처음 경기장 도착하고나서 사람이 너무 많아 놀램. 갓생사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특히 엄마아빠 또래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참여하는거보고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열심히 운동하시는거보고 존경스럽고 멋져보였음
3. 생각보다 넘어져서 다치는 사람이 많았다. 중간중간 나뭇가지나 돌 잘못 밟으면 넘어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함
4. 뛰다가 힘든 순간에 작년에 바프 준비했던 기억이 남. 작년에 다이어트식 먹어가면서 매일 매일 운동도 했는데 벌써 지칠 순 없어!!! 이런 마음이 들었다. 역시 이런 경험으로 통해서 사람이 점점 더 발전하구나 느꼈음.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어본 사람은 그 때 기억을 가지고 다른 일에도 도전을 할 수 있다.
5. 6.5KM 구간까지는 뛰었고, 그 이후부터는 뛰고 걷고를 반복했다. 예전이였으면 내 수준도 모르고 욕심만 많아서 10KM 한 번에 뛰지도 못한다면서 자책했을거다. 그리고 이번에 몇 분안에 완주 이런 목표도 내려놓고 그냥 완주만 하자에 목표를 두니 마음도 편안하게 뛸 수 있었다. 내 페이스에 맞춰 무리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고, 뛰고나니 기분이 좋았다(?). 아니 사실 막 좋다는 아니였는데 적어도 자책은 하지 않았다. 역시 내려놓는게 답이다.
7. 정확한 목표가 있으면 어떻게든 이뤄낼 수 있다. 목표가 있으니 주변 사람들이 신경이 안 쓰이고 스스로에게 집중하게됨. 나는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더 많고,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데 몰두할 수 있는 목표를 어서 찾아서 나한테 집중하고싶다는 생각이 듬.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만의 속도로 완주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마다 때가 있구나를 느낌.
8. 옆에서 같이 뛰어준 스몰 땡큐! 같이 뛰니까 더 힘이 났다. 체력 대단한 스몰은 10KM까지 쉬지 않고 뛰었다. 멋진 그녀
9. 10KM가 생각보다 못 뛸 거리는 아니였다. 다음에 한 번 더 뛰어봐도 괜찮을듯!!
10. 오늘 내 최대 달리기 기록 갱신함! 쉬지 않고 5KM만 뛰어봤는데 최초로 6.5KM까지 뛰어봤다
11. 무릎 보호대 차니까 확실히 무릎이 안 아픔. 근데 끝나고나니까 골반통이 있었다. 오늘 열심히 풀어줘야지
12. 오세훈 시장님 봤음! 뭔가 신기하다
13. 마라톤 전에 다우니에서 시트러스향이 나는 수건을 나눠주었다. 와 다우니 어떻게 수건을 나눠줄 생각을 했지? 수건 나눠주는거 진짜 머리 좋은거같다. 러너들 뛰다가 땀닦으려면 수건필요한데 수건 나눠준다고하니까 너도나도 다 받아갔다. 그리고 마라톤 뛰는내내 향이 느껴지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 냄새에 스며든다고 해야되나? 마케팅에 감탄했다
오 기록나왔다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데? 담에 나가면 기록 조금 더 단축시킬수 있을거같다